인간의 영혼은 몇 그램일까. 죽은 사람은 21그램만큼 가벼워진다고 해서 ‘21그램’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랑은 몇 그램일까. 여기 한 가지 해답이 있다. 100그램의 사랑을 실천하는 곳, 바로 위캔센터다.
위캔센터는 과자를 만드는 곳이다. 유정란과 우리밀을 써서 몸에 해롭지 않고 맛도 좋은 달콤한 쿠키와 머핀 등을 만든다. 2001년에 설립된 이곳은 사회적 기업이지만 80%의 인건비 지원은 2년 전 끊어진 상태이고 인증만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쿠키를 만드는 직원 38명은 대부분 20대에서 40대 초반의 지적 장애인 혹은 발달 장애인이다. 이중 창립 첫해부터 일하는 직원이 13명에 이른다. 평균 근속년수는 5년이 넘는다. 이른바 장애인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급여가 정당하게 지급되고 해외 연수를 보내주며 휴가제공 등 복리 후생과 여건이 좋은 직장이기 때문이다.
위캔센터의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으며 권리를 주장한다. 주인 의식이 강해서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바로 이의를 제기한다.장애인이니 불쌍하다는 인식은 이곳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사회에 따라 장애의 여부는 결정됩니다. 안경이나 낀 사람을 시각장애인이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액세서리니까요. 이처럼 장애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장애인이니까 못하지’라는 인식을 깨고 싶어요.” 임주현 사무국장은 말한다.
물론 운영에 어려움은 헤아릴 수 없다. ‘고 비용, 저 효과’라는 말로 정리되는 구조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일단 지적 장애인이다 보니 숙련하는데 오래 걸려요. 창조적, 능동적 작업은 어렵죠. 일일이 체크하고 알려줘야 하고 봐줘야합니다. 제빵에 대한 경험이 있고 아무리 잘해도 장애의 특성상 다른데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 3개월을 보고 고용해요.과자를 만드는 몇 백 가지 과정이 있습니다. 그걸 하나하나 인지시킵니다. 이 기간이 보통 1년 정도 소요됩니다.”
이 때문에 위캔센터에서 일하는 세 명의 사회복지사는 멀티플레이어다. 장애인들에게 직업훈련을 하고 실제로 쿠키도 제작하고 사회적응 프로그램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적 기업에 3년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건비 지원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일자리를 늘리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오래 다닐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안 되니까 계속 떠다녀요. 80%에서 50%, 혹은 30% 이런 식으로 적게라도 유지를 해줘야 합니다. 이 회사를 관두면 지적 장애인들은 다른 회사에 취직하더라도 모든 공정을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 해요. 그 어려움을 이해하고 정책을 해나가셨으면 합니다. 3년 만에 자립은 어려워요.”
실제로 위캔쿠키는 질이 높아 제조비가 많이 든다. 제조 원가와 인건비가 70%가 넘으므로 유통 물류비용을 책정할 수 없다. 자생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이다. 판로를 확보하기 힘들어 생협과 기업선물, 일부 개인고객들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후원이 들어와도 설비 등 인프라에 투자해야 하고 인건비로는 책정할 수 없다.
“저흰 안 팔려도 계속 만들어야 하거든요. 비수기에도 계속 만들어요. 무급휴가를 줄 수 없으니까요. 다만 부가세라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현행 10%에서 5%로만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임주현 사무국장은 겉면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 진짜 제품 자체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위캔쿠키를 먹어보면 다들 좋다고 하는데 대기업 브랜드의 광고, 과대포장에 속는 소비자들이 안타깝습니다. 위캔쿠키 100그램짜리 쿠키 봉지 정말 작죠. 하지만 과자 말고 다른 건 아무것도 없어요. 마음이 꼭꼭 들어차있습니다. 이런 진실성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뿐이죠.”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위캔센터는 전국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평가에서 최우수등급 기관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위캔센터의 직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대중의 관심과 제품에 대한 인정이 아닐까. 단순한 수혜의 대상이 아닌 진정한 사회의 일원으로 장애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