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가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작은 데이터에서 큰 가치를 끌어낼 수 있게 되자 지금 세계는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 전 광주 북구의 개인 헤어샵에서도 데이터의 가치를 깨닫고 경영의 조직화를 위해 애쓴 사람이 있다면 믿겠는가? 바로 이은헤어센스 김현자 원장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응답하라 1990’, 이름도 생소했던 데이터 구축
현재 미용 분야의 ERP 사업의 1인자는 주식회사 하시스에서 운용하는 ‘헤어짱’ 프로그램으로, 시장의 8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헤어짱이 시장에 나온 시기가 2001년 1월이었는데, 그보다 10년 앞서 이은헤어센스의 김현자 원장은 데이터 구축의 필요성을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다.
“90년 무렵에 웰라 등 외국계 미용 브랜드에서 주도한 최초의 경영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사업화에 눈을 떴다. 내가 현장에서 일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내 몫이지만, 각 경영 분야의 업무를 전문화·세분화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확신했다.”
당시 김 원장은 곧장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용했다. 지금이야 고객의 데이터를 전산화하여 관리하는 일이 일상이 됐지만, 당시 대다수 가게가 고객의 데이터를 수기로 정리했던 점을 생각하면 혁명적인 시도였다.
그 후 이은헤어센스의 사업화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이은헤어센스는 전대점을 중심으로 아도루, 염주점, 첨단점, 로데오, 진월점 등 총 6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대점은 나머지 5개 점의 본점으로, 1층은 점장과 디자이너가 운영하고 있으며, 2층은 김현자 원장의 개인 단골만을 예약제로, 3층은 6개 매장 전체를 관리하는 사무실로, 4층은 교육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결국 기-승-전-‘고객’
김 원장이 데이터 구축에 뛰어들었던 것도 기술력 향상을 위해서는 행정 업무의 분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행정 업무의 부담을 내려놓은 김 원장은 직원 교육에 힘썼다.
“헤어 디자이너는 어떤 고객이 오더라도 고객과 확실한 커뮤니케이션을 나눈 후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링을 해내야 한다. 누가 오더라도 모든 미용 분야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고객이 만족하고 다음번에 다시 찾아오게 된다.”
이은헤어센스는 한 달에 한번 점장, 디자이너, 실장, 인턴 등 모든 직원이 직급별로 기술 교육을 받고 있다.
미용인의 미래를 위해
현재 김현자 원장은 사단법인 대한미용사회 광주광역시 북구지회의 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용인의 대다수가 소형 업소를 운영하며 부딪치는 불편함을 직접 개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한미용사회는 전국에 85개의 지회와 186개의 지부로 구성된 단체이다.
“지회장은 명예직, 봉사직이다. 그동안 쌓은 연륜을 놀릴 수는 없지 않나. 미용업계에서 대형 브랜드의 프랜차이즈는 나름대로 본사 차원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영세한 소형 업소는 원장 본인의 교육조차 고민스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영 세미나, 기술 세미나를 되도록 많이 열려고 노력한다.”
김 원장의 노력은 지난 3년 동안 전국 단위의 기술강사 4명을 배출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또한 김 원장은 이은헤어센스 소속의 노무사를 통해 협회 직원의 노동 환경을 상담하고, 협회 사무의 행정 절차를 현대화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으로 미용을 시작할 때의 다짐을 들려주면서 인터뷰를 끝냈다.
“머리는 벗지 못할 옷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옷처럼 벗을 수 없다. 정말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전문화를 거쳐 최고가 돼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