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은 음악인들에게 성지와도 같다. 수많은 밴드, 가수, 래퍼들이 홍대 부근 클럽 등지에서 활동을 하다 프로 가수가 되었고, 지금도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아마추어 밴드들이 있으며, 곳곳의 클럽에서는 매일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이 펼쳐진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곳은 바로 연습실과 공연장일 것이다. 특히나 연습실 같은 경우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음악 때문에 주변에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칠 수 있어 아무데나 연습실로 삼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음악인들이 합주실을 대여해서 연습을 하고 있다. 특히 홍대 부근에는 합주실이 많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장이나 음악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바로 홍대 앞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대 근방의 많은 합주실 가운데서도 ‘사운드시티’는 다른 합주실과는 확실히 차별된다. 이제 오픈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마치 얼마 전 새로 오픈한 듯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사운드시티의 김서산 대표는 연습을 마친 방마다 거의 바로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드럼 같은 경우 스틱이 나무 재질이다 보니 연습을 하고 나면 아무래도 가루나 파편들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가급적 한 팀이 연습을 끝내고 나오면 바로 청소를 하는 편이죠.”
특히, 전선이 노출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전기 장비들이 많은 만큼 전선이 바닥에 나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연습할 때 그런 전선들이 꽤나 방해가 되는 걸 잘 알기에 최대한 전선의 노출을 줄여 연습할 때 거치적거리지 않게 했다.
사실 이러한 배려는 김서산 대표 본인이 뮤지션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코인클래식’이라는 펑크 밴드의 드러머 출신인 그는 합주실 오픈을 준비하면서 코인클래식 멤버들에게 일일이 조언을 구해가며 악기와 장비를 들였다.
5개의 방은 각기 다른 규모로, 방마다 악기 및 앰프 역시 다른 기종으로 마련해뒀다. 가장 큰 방인 A룸의 경우 야마하 MOTIF XF8 키보드를 비롯해 dw 드럼, 메사 부기 듀얼 렉티파이어 앰프 등 고가의 악기와 장비를 갖추고 있다. 어찌 보면 녹음실에서나 쓸 법한, 합주실에 들여놓기는 조금 아까울 정도의 고급 장비들이지만 김서산 대표는 자신이 연습하는 공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렇다고 사운드시티가 그저 비싼 악기와 장비만 갖춰 놓고 그럴싸하게 뽐내는 합주실은 결코 아니다. 방음과 차음 및 흡음 시설에도 굉장히 신경을 써서 뮤지션들이 만족할만한 사운드를 낼 수 있게 했다.
“합주실 방마다 보시면 문턱이 높이 올라와 있는데 바닥에서부터 공간을 30센티미터 정도 띄운 거예요. 이걸 ‘방진’이라고 하는데, 드럼을 칠 때 베이스를 밟으면 쿵쿵 울리는 진동을 흡수해주는 효과가 있죠.”
이곳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악기 전용 캐비넷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합주실에 올 때마다 악기를 매번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캐비넷에 악기를 보관할 수 있게 신경 쓴 것이다. 또한, 한편에 컴퓨터와 프린터를 비치해 그 자리에서 바로 악보를 뽑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직장인 밴드나 실용음악과 학생들의 경우 악보를 보는 일이 많기에 그들을 위해 준비한 부분이라고. 작지만 세심한 김서산 대표의 이런 배려는 다른 합주실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서비스이며, 그 자신이 뮤지션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사운드시티의 이런 고급화 전략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바로 프로 음악인들이다. 김서산 대표의 스승인 피아, 한 때 코인클래식이 몸담았던 기획사 대표였던 체리필터, 그리고 ‘리쌍’ 길, ‘포맨’ 신용재, 곽진언, 혁오, 더 모노톤즈, 타루 등 프로 뮤지션들이 사운드시티를 즐겨 찾아 연습을 한다. 또한, 기존 합주실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고급 장비 덕에 <SNL 코리아>의 정성호 씨가 이곳을 찾는 등 방송 촬영을 위한 섭외도 잦은 편이라고 한다.
한편, 코인클래식은 오는 2월 세 번째 싱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열심히 작업 중이다. “이제는 직장인 밴드가 되었다”며 웃는 김서산 대표는 “음악이 좋아서 음악만 하던 그 시절의 배고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며 한국 인디 밴드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열리길 간절히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