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은 그릇, 옹기의 중요성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플레이팅(Plating)이 요리의 중요한 마무리로 손꼽힌다. 아름다운 플레이팅을 위해 어떤 그릇을 고르느냐도 중요한 요소가 된 요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그릇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전통 생활용기인 옹기를 연구하고 널리알리고 있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한향림 옹기박물관. ‘장은 모든 음식 맛의 으뜸이다’라고 표현한 한향림 관장을 만나 옹기가 좋은 이유부터 옹기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들어 보았다.

▲한향림옹기박물관 한향림 관장 (사진제공=한향림옹기박물관)

▲ 옹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옹기그릇이 좋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연친화적인 그릇이라는 이유가 그 첫 번째입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환경에 따라 의식주 문화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음식을 보관하는 데 있어 옹기의 용도와 모양도 다양해졌지요. 지역별로 달라지는 옹기의 모양이 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옹기는 굵은 모래만 걸러진 점토로 만들며, 나무를 태워 만든 재와 식물성 부엽토의 일종인 약토를 섞은 잿물(유약)을 입혀 만들기 때문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가지 않으며, 가마 안에서 발생하는 검댕이(탄소덩어리)가 기표면에 스며들어 부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웰빙의 흐름을 타고 옹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로 옹기는 숨을 쉬는 과학적인 그릇이라는 점입니다. 옹기는 가마에서 구워질 때 점토와 모래주위의 수분이 빠지면서 미세한 공기구멍이 생겨나는데, 미세기공의 입자는 빗물 입자의 2000분의 1로 발효과정에서 불필요한 성분이 빠져나오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입니다.

김치나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발효식품을 저장하는 그릇으로 옹기를 사용하는 이유이며, 공기의 순환을 위해 옹기 표면을 매번 깨끗하게 닦아주어 공기구멍이 막히지 않게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내부 전경 (사진=김지윤 기자)

▲ 그렇다면 좋은 옹기그릇을 잘 고르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옹기가 ‘숨을 쉬는 그릇’이라는 데에 기준을 두어야 합니다. 만져보았을 때 약간 거친 느낌이 나는 것이 숨 쉬는 구멍이 많기 때문에 좋은 옹기그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엔 현대 생활에 맞추기 위해 가능하면 고운 모래를 사용하여 표면을 매끈하게 만드는데, 보기에 아름다운 그릇일 수는 있지만 옹기의 순기능이 감소하는 경우가 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옛날 기법 그대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생활하는 데 편리해야 하기 때문에 은은한 광택이 나고, 표면은 조금 거칠어도 바닥면을 잘 처리하여 흠집이 생기지 않는 것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내부 전경 (사진=김지윤 기자)

▲ 옹기그릇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옹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으면 합니다. 30년간 도자기를 만들고 연구하면서 느낀 것인데 보통 도자기하면 청자, 백자만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옹기도 도자기 중 하나이며, 궁중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용기로 저장용 발효음식부터 옷감, 책, 약재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궁중에서 쓰였으니 양반부터 서민까지 모두가 사용한 그릇이었지요. 그런데 흔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옹기가 없었다면 건강에 좋은 각종 장류와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이 발달할 수 없었고 나아가 우리 고유의 식문화도 발전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오래된 옹기그릇 류나 독들을 버리지 않고 활용했으면 합니다.

쌀독으로 쓰면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조금 깨진 옹기는 화분받침을 사용해 화분으로도 쓸 수 있으며 우산꽂이, 꽃병 등 그 사용범위가 다양합니다.

웰빙은 물론 리사이클에도 도움이 되는 그릇이기에 작게는 물컵 하나부터 옹기로 바꾸는 생활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옹기를 구입하고자 할 때 유명한 옹기장을 찾아가서 직접 살 수도 있지만 요즘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그릇을 하나씩 옹기로 바꾸어 나간다면 삶의 건강 가치는 그만큼 높아질 겁니다.

▲외부 전경 (사진=김지윤 기자)

▲ 관장님에게 옹기는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옹기의 현대화를 위해 세워둔 계획이 있다면?

처음 도자기를 시작하고, 옹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 가치 있는 그릇을 누군가는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자기 강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국립 도자기박물관 하나 제대로 설립되어 있지 않은 현실 속에서 국가든 개인이든 누군가가 해야 한다면 도자기를 전공한 내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 옹기는 저에게 바로 그런 존재입니다.

주거문화의 변화와 깨지지 않는 편리함 때문에 플라스틱 류나 스테인레스 류에 밀려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것을 옹기박물관을 통해 미력한 힘으로나마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과 우리 옹기의 매력을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슬로우 푸드, 걷기 문화 등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를 타고, 옹기를 알리기 위해 매년 전국의 옹기 무형문화재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을 열고 있으며, 내년에는 경기도 옹기 무형문화재 기획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원하는 옹기는 무엇인지 그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더 좋은 옹기 디자인을 개발하며, 옹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릇 하나도 건강을 생각해서 숨 쉬는 옹기를 쓰는 캠페인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그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옹기를 만드는 사람, 옹기를 알리는 사람, 옹기를 모르는 사람 모두가 노력해야 하며 우리나라 100대 문화 상징의 하나인 옹기가 다시 우리의 삶에 가까이 다가오기를 희망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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