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할 것이다. 이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내가 가야하는 길이 이 길이 맞는 것인가. 이런 류의 고민 말이다.
유앤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세호 원장도 끊임없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는 것,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분야에서 계속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허전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유앤 동물병원의 정세호 원장을 만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마인드나 철학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수의사가 된 계기가 있나.
치밀하게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워서 이 길로 온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 되니까 이게 내 길이 맞는 거구나 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들면서 이 길로 오게 된 것 같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나왔는데 사실은 소위 말하는 강남 8학군에서 1등하던, 그래서 서울대 의대를 갈수도 있었으나 그 때 나의 선택은 수의학과였다.
남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루트를 따라오지는 않은 것 같다. 어떤가.
보통 내 점수였다면 당연히 거의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 의대 정도에 지원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그 때 생각이 조금 달랐다. 점수에 맞춘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을 한 것이다.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지.
기본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별개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 직업과 별개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인문학, 역사, 사회공부를 하고 싶다.
또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식이든 표현을 하려고 하고 소소하게나마 메시지를 던지고 싶기도 하다. 필명으로 책도 낸 바 있다.
지금은 예를 들어 24시간 중에 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등을 떼고 나서 나머지 시간에 병원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는 시간은 단 1분도 없는 것 같다. 지금은 하루에 30분의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다.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각종 상들을 주고 싶다. 예를 들어 여행이라든지 취미 생활을 즐기는 일들 말이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 왔다. 사실 이 일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이 재미는 있다. 왜냐하면 조금씩이라도 변화가 있고 조금씩이라도 쌓이는 것이 있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상태나 모습들을 보고 느껴가는 것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동물병원이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어떤 차이점이 있나.
제가 하는 말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미국의 경우 하루 8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주로 미국에서 하는 로컬 병원 수의사들은 트리트먼트라든지 컨설턴트 위주인 경우가 많다. 수술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파트가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컨설팅 비용이 비싸서 수의사들의 급여가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 동물병원에서 거의 모든 치료나 수술을 다 하고 있는 편이다.
수의사로서 내과, 외과를 다 하고 있고 관련해서 트렌드라든가 새로운 지식 등을 매일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새롭게 달라진 정보는 뭐가 있는지 학회에서는 어떤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공부를 해야 한다.
한국사람 특유의 경쟁 심리 일수도 있고 시장에서 형성된 시스템 자체가 다르기 때문 일수도 있다. 모든 경우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한국보다는 그런 부분이 덜 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물론 어떤 일을 하는 지도 중요하지만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일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충분히 중요한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고 나 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고.
이런 나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해 사회 전체적인 발전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 어떤 직업도 의미 없는 직업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