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구글이 GSMA 및 여기에 속한 56개 이동통신사와 RCS 지원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해 9월 RCS를 개발했던 자이브(Jibe)라는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스프린트가 구글 RCS를 도입한 것은 올해 2월 협약식 체결 이후 첫번째 사례다.
구글은 수개월 이내에 몇몇 이동통신사들이 RCS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이동통신사들이 RCS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GSMA는 지난 4일 구글과 스프린트의 RCS 상용화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글이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메신저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글이 운영체제(OS)에 이어 메신저 플랫폼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4일 미국 4대 이동통신사중 한 곳인 스프린트와 손잡고 리치커뮤니케이션서비스(RCS)를 시작했다. 구글의 RCS는 스프린트의 문자메시지(SMS)와 통합해 일반 인스턴트메신저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화창에서 상대방이 문자메시지를 읽었는지, 혹은 답신 문자를 입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단체 문자 채팅도 가능하다.
스프린트는 우선 LG전자가 출시하는 일부 스마트폰이나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에 이같은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스프린트용으로 출시되는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RCS가 기본 탑재된다.
RCS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인스턴트 메신저에 대항해 만든 통합 메신저 규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2012년 12월 조인(Joyn)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했다. 하지만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RCS를 상용화한 해외 이동통신사들 역시 사용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이 이통사와 손잡고 RCS를 서비스하는 것은 왓츠앱, 페이스북메신저 등이 선점한 모바일메신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구글은 그동안 구글토크, 구글챗, 행아웃 등 다양한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았으나 고전을 거듭해왔다.
지난 5월에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알로를 선보인 바 있다. 구글은 향후 RCS에 AI를 결합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사들은 구글이 OS에 이어 메신저 플랫폼까지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잃어버린 메신저 시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분야에서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는 이통사와 구글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구글 RCS가 급속히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인의 실패 경험이 있는 국내 이통사들도 글로벌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조인은 사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구글RCS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해 편의성을 높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이동통신사들이 구글 RCS를 도입한다면 국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통사가 손을 잡고 RCS를 다시 도입한다면 카카오톡, 라인이 주도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