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준 “백인호는 아픈 손가락”

▲배우 서강준. (사진=심건호 기자)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을 마치고 만난 서강준은 의외로 담담하고 의연했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팬덤의 두 얼굴을 만났다. 백인호의 풋풋한 설렘과 방황을 맞춤복 마냥 소화해낸 서강준의 연기에 팬들은 극초반 찬사를 보냈다. 그의 존재는 유정(박해진)과 홍설(김고은)의 러브라인을 더욱 빛나게 했고 현실의 팔팔한 청춘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원작 속 백인호를 연상시키는 눈부시게 뽀얀 피부와 갈색 눈동자는 하루의 일과에 지친 누나들을 위한 일종의 비타민주사제였다.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의미의 ‘만찢남’은 서강준을 위한 수식어였다.

그러나 찬사는 순식간에 비난으로 돌변했다. 드라마는 아직 결론이 마무리 되지 않은 웹툰과 분명히 다른 노선을 택했다. 이는 이윤정PD가 제작발표회라는 공식석상을 통해 밝힌 바다. 부족한 소통이 문제였을까. 일부 팬들이 숙덕이던 이야기는 원작 작가의 SNS를 통해 공적 영역으로 뛰어들었고 서강준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배우 서강준. (사진=심건호 기자)

데뷔한 지 갓 3년이 된 신인배우가 스토리 라인을 바꾸는 데 개입했다는 건 드라마 작업 특성상 불가능한 게 상식이다.

하지만 원인모를 비난의 화살은 서강준을 겨냥했고 이로 인해 서강준 역시 심하게 마음앓이를 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제게는 ‘치인트’ 현장이 배우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즐거웠던 촬영이었죠. 안티팬도 늘었지만 그분들도 모두 팬이죠. 드라마에 대한 기대와 바람으로 사랑을 주셨던 분들이에요. 제가 그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지만 의견을 수렴하려고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논란은 저도 답답합니다. 제가 대본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주·조연을 망라하고 모든 배우들이 토씨하나 안 틀리게 연기하기보다 각자의 애드리브가 통용됐던 현장이었어요. 제가 미디어데이 때 현장에서 배우의 해석에 무게를 많이 실어줬다고 얘기한 게 와전된 것 같아요.”

논란이 많았던 드라마의 열린 결말은 서강준에게도 다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서강준은 ‘치인트’를 통해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대한 의무감을 갖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결말은 갈피가 안 잡혔어요. ‘치인트’라는 드라마가 웹툰과 다른 방향을 갖고 만들어진다는 걸 알았고 웹툰 연재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다만 유정과 설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죠. 두 사람의 결별은 아쉽지만 그 결론이 유정과 홍설, 인호의 관계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앞으로 원작이 있는 드라마에 출연할 때는 대중에게 작품의 방향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드려야 할 의무가 생겼다는 걸 알았어요.”

서강준에게 백인호는 안쓰러운 손가락이다. 논란과는 별개로 백인호라는 인물의 방황이 와닿았고 그 청춘의 시간들이 공감됐다. 늘 혼자였던 인호가 안쓰러웠고 끝내 지켜주지 못한 캐릭터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배우 서강준. (사진=심건호 기자)

“피아노라는 꿈을 잃고 방황하는 인호가 안쓰럽고 불쌍했어요. 인호를 표현하면서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반사전제작 드라마다 보니 극중 인호를 연기한 제 모습을 모니터링 할 수 있었는데 인호의 속내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연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남아요. 어쨌든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어요.”

비온 뒤 땅이 굳는다. 혹독한 유명세를 치른 서강준은 한층 단단해졌다.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고 차기작인 tvN ‘안투라지’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데뷔 후 3일 이상 쉰 적이 없다고 하니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만한데 아직까지는 젊음으로 이겨내고 있단다.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해요. 대중의 반응에 흔들리면 수렁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이제 막 연기에 재미를 붙였어요. 앞으로 흔들리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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