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 세련된 이미지 버리고 순박한 시골 소녀로 변신

▲배우 김소현. (사진=심건호 기자)

불과 열일곱이다. 하지만 배우 김소현에겐 나이에 맞지 않은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동안 그는 작품에서는 주로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지켜왔다. 그런 그가 영화 ‘순정’에서 순박한 사투리를 쓰는 시골 소녀 수옥으로 변신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햇볕에 검게 그을었다. 극 중 또래 친구들에 비해 예쁜 옷을 입지만 수수한 색상의 원피스일 뿐이다. 김소현 본인도 영화 속 수옥의 모습이 처음이라 어색하고 걱정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배우 김소현. (사진=심건호 기자)

“수옥이처럼 가볍게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긴 처음이에요. 섬 소녀로 꾸미진 않지만 동시에 또래 남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이기에 가끔은 예쁜 모습도 보여줘야 했죠. 의상은 자연과 어울리는 노란색, 보라색 등으로 배치했어요. 메이크업도 거의 없어요. 그런 제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엔 자연스러워졌어요. 저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 모두 꾸미지 않고 나와요. 덕분에 빨리 적응이 됐죠.(웃음)”

김소현은 다른 무엇보다 사투리 연기가 가장 아쉽다고 고백했다.

“제대로 사투리 준비를 못 했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 연습을 했지만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죠. 현장에서는 현지 사투리 선생님에게 배우고 일부러 그곳 카페나 목욕탕을 가서 주민들의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도 제 입에서 사투리가 쉽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어색하지만 저 자신을 믿고 할 수밖에 없었어요.”

영화엔 수옥 외에 범실(도경수),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가 친구로 등장한다. 그들이 함께 모여 노는 시간은 방학뿐이다.

▲배우 김소현. (사진=심건호 기자)

영화는 다리가 아파 잘 걷지 못하는 수옥이 방학에 섬으로 돌아오는 친구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배우 도경수가 연기한 범실은 다리가 불편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수옥을 짝사랑한다. 수옥 역시 범실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제대로 고백하지 못한다.

“수옥처럼 다리를 저는 캐릭터는 처음 연기해봐요. 불편한 한쪽 다리를 두고 다른 쪽으로만 걸으니 실제로 아팠어요. 연기는 현실감을 가지면서 과장하지 않으려 했어요. 다리는 불편하지만 수옥이가 그것 때문에 불쌍해 보이고 싶진 않았거든요. 촬영이 꽤 진행되고 나서는 연기라는 걸 잊어버리고 아픈 연기를 했어요.”

영화 후반 범실은 비 오는 날 사랑을 고백한다. 그는 당황한 수옥 앞에 다가가 수줍게 입술을 내민다.

범실 입술의 도착지는 수옥이 들고 있는 투명 우산이다. 범실은 우산 뒤로 비치는 수옥의 입술을 느끼며 첫키스(?)를 한다.

“시나리오에서 딱 하나 우산 키스 장면이 상상이 안 됐어요. ‘우산을 사이에 두고 키스한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졌어요. 현장에서 감독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됐죠. 사실 저희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어요. 일부는 직접 입술을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죠. 양쪽 의견 다 일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 부분 만큼은 절대 안 된다며 우산 키스를 밀고 갔어요. 다른 버전의 키스 같은 건 아예 찍지도 않았어요. 뭔가 아쉬운 게 사실이지만 그 나이대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김소현의 큰 눈과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은 배우 손예진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김소현은 데뷔했을 때부터 ‘리틀 손예진’이라 불리며 대중에게 주목받았다.

▲배우 김소현. (사진=심건호 기자)

둘의 인연은 같은 작품 출연으로 이어졌다. 김소현과 손예진이 각각 아역과 성인 연기자로 나오는 영화 ‘덕혜옹주’가 올해 개봉한다.

“손예진 선배님과 닮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저는 좋지만 선배님은 싫으실 수도 있잖아요. 차라리 외모가 아니라 연기가 닮았다는 이야길 듣고 싶어요. ‘덕혜옹주’ 관련해선 대본 리딩할 때 선배님을 만났어요. ‘연기 잘 보고 있다’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죠.”

김소현에게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인물을 묻자 그는 로맨틱 코미디 속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영화 속 수옥은 어둠이 있는 인물이라 다음엔 밝은 역에 도전하고 싶어요. 지나치게 밝아 엉뚱해 보이는 것도 좋아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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