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사회적으로 한차례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영화는 청각장애인학교 교사와 교장이 자교 청각장애아들을 성폭행하고 폭력을 저질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러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된 배경에는 ‘도가니’가 2000년부터 5년간 광주인화학교에서 벌어졌던 실화라는 배경에 있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이자 광주인화학교의 교장 A 씨는 자교 여학생을 한 차례 성폭행을 한 결과가 드러나 사건 최종형에서 2년 6개월의 형을 받고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어 가벼운 형량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여론이 있었으며 또한, 교장 A 씨의 후임이었던 인화학교의 또 다른 교장 B 씨는 사건 공개 이후에도 타 특수학교 교장으로 근무를 지속하고 있어 논란을 일기도 했다.
2009년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시작으로 2011년 영화 ‘도가니’ 개봉까지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일종의 악의 연대기가 세상에 퍼졌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광주 인화학교 피해자들이 새로 옮긴 임시보호시설에서 또다시 폭행을 당했다는 의견이 제의됐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 가교행복빌라는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지적장애인 원생을 폭행하고 장애인 수당과 급식비 등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으며 이 밖에도 곰팡이가 핀 빵을 제공하고, 폭행 및 정신과 약물을 처방전 없이 투여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가교행복빌라에서 생활하고 있던 원생 중 19명은 바로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었던 광주 인화학교 원생들로 밝혀져 다시금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인화학교 생활 당시 학대를 받은 원생들이 새 삶을 꾸리게 될 시설에서 학대를 받게 되었다. 비단 인화학교 학생들의 피해 사례뿐 아니라 4일 인권위에서 밝힌 자료를 봐도 현재 2008년 장차법 시행 이후 2016년 말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차별 관련 진정사건은 총 10.320건에 달해 매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권위 역시 장애인의 사회적 참여가 증가하고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장애인의 인권 증진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임을 표명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촉구되어야 할 사안은 학대, 성폭력 및 경제적 착취 등 인권침해 피해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으로 자리 잡은 장애인들의 인권을 보장하며 학대 예방 및 기존 피해자에 대한 심도 있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최근 가교행복빌라 사건을 두고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피해장애인 쉼터 및 운영과 관련된 조항이 신설되었다.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장애인쉼터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복지부 역시 2월 중앙장애인권옹호기관이 개관함에 따라 장애인 학대 선제 대응, 피해 장애인 개인별 맞춤형 권리구제를 통해 장애인 인권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 및 예방이다. 다양한 학대 예방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여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인권을 지속적으로 살리는 것이다. 정부에서 장애인 보호 관련 정책 시행으로 하나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주력한다면 구축된 안전망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