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후원자를 기다리는 꽃향기 나는 집

장애인도 좋은 곳에서 살 권리가 있다

이석우 원장(포천 부활교회 담임목사)의 한결같은 소신은 집이었다. 단순한 집이 아니다. 장애인이 살기 좋은 깨끗한 집이다. 그의 노력은 2005년에 포천시 장애인 공동생활시설 임마누엘의 집이 완공되면서 결실을 보았다. 이제는 그들이 함께 사는 집에 나비와 손님이 다녀간다. 임마누엘의 집 식구들이 행복한 집을 만들어가는 꽃향기 나는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제가 장애인이 되었어도 좋은 일을 하다 죽고 싶었어요. 성경에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는 말씀이 큰 감격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이석우 원장은 29살에 사고로 하반신을 못 쓰게 되었다. 젊은 시절을 칩거와 절망으로 보내기를 6년. 세상에 나아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당시에 복지 분야에 근무하던 아내와 함께 1992년 4월 포천에 내려와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전에도 청량리 인근의 소외된 이웃에게 나눔과 봉사를 실천했던 이석우 목사는 용두동 사옥을 팔아 이곳에 용지를 샀고, 빚을 들여 지적장애인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갔다.

 

“지적장애는 다른 장애보다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해요. 가족이나 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차별받는 일이 생기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 이분들을 지켜드리기로 했습니다”

 

임마누엘의 집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지적장애인이 대부분이며 중복장애를 가진 이들도 포함된다. 재활프로그램과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들만의 공동체를 꾸리며 살고 있다.

 

살 곳을 마련하니, 잘 사는 문제 남아

▲임마누엘의 집 단체사진

복지부 시설 기준이 정원에 맞춰 변경되면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 공사가 있었다. 정부지원은 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이 재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법인시설 기준은 변경되지만, 현실은 이처럼 따라가기 힘들다. 완공 당시 기준과 오늘날 기준이 달라지면서, 시설 변경을 해야 할 일들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시설 변경을 안 하기 위해서 함께 사는 식구를 내보내거나 더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도적인 부분이 현실과 괴리가 없었으면 합니다. 자치단체장이 장애인에게 관심이 있으면 시민도 장애인에 관심을 갖게 돼요. 그러면 현실적인 변화가 있을 겁니다”

 

대부분 시설이 인건비와 운영비를 정부 지원으로 충당하지만, 그 이외 부분은 후원금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 후원이 급격히 줄면서 임마누엘의 집도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98년부터 줄기 시작했는데, 중산층이 붕괴된 것이 기부 문화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희도 라면과 휴지 같은 생필품 지원이 끊어진지 오래되었거든요. 가족 후원은 전무한 상태예요. 그래서 올해 목표는 식사 문제 해결과 시설 위생을 더욱 철저히 하는 것으로 맞추고 있습니다”

꿈을 가져야 한다

 

이 원장은 힘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꿈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비록 장애인이지만 영혼은 천국가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천국이 무엇입니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천국이고, 꿈 아니겠어요?” 후천적 장애인이 선천적 장애인을 이끄는 작은 공동체.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평범한 생각이 있는 곳. 임마누엘의 집에서 그들이 만들어가는 꿈은 무엇일까?

 

“의사소통의 본질은 같이 사는 겁니다. 같이 살아야 봐야 지적장애인의 마음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어요. 환경개선의 필요성도 그래서 저희에게 큰 문제로 다가왔던 겁니다” 완공된 지 9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임마누엘의 집은 놀라울 정도로 새집 같다.

 

이 원장은 함께 살다가 하늘나라로 떠나간 한 식구를 생각하며, “그때, 그분이 제게 ‘나 하나 더 있으면 안 돼요?’라는 말을 했던 걸 기억합니다. 주님 품으로 떠날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하나였습니다. 임종할 때, 주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저에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임마누엘의 집의 새로운 목표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노인 요양원을 짓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꿈이 함께 있기에, 늘 새집 같은 향기가 집 안팎으로 폴폴 전해진다. 향기를 맡아 줄 나비와 후원자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