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놀 이야기① 떡볶이의 여정, 맛으로 이야기하다

떡볶이의 여정, 맛으로 이야기하다

“대중적이고 레시피가 간단한 음식일수록 맛있게 만들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레시피가 간단할 수록 기본 재료의 성질과 맛이 잘 살아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간단하다는 것을 쉽다는 것’으로 오해하고 요리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과 원칙에 힘을 빼고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기본 재료의 정체성과 맛이 마모되고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잡식이 되고 마는 겁니다.”

▲라티놀 김재원 대표

떡볶이라 하면 그 유래는 고급진 궁중음식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재는 남녀노소를 아우르며 대중 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떡 고유의 담백한 맛과 쫄깃쫄깃한 식감은 고추장뿐 아니라 간장, 짜장에 이어 하얀 파스타 소스까지 어렵지 않게 융화시킨다. 양념 재료에 대한 친화력은 어떤 음식보다도 으뜸일 것이다.

이러한 떡볶이 맛의 변화무쌍함은 종종 기발한 외양의 변신을 함께 이끌어내기도 한다. 주말이면 젊은층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홍대 주변에는 화려한 비주얼의 ‘토핑’을 가미한 떡볶이도 주목을 얻고 있는 중이다.

떡볶이 창업 프랜차이즈 ‘라티놀’은 서울대 입구를 기점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대 입구 역시 맛집과 젊은이의 거리로 유명하다. 라면+튀김+캘리포니아롤의 줄임말이자, 이들의 놀이터라는 뜻을 가진 라티놀의 떡볶이는 ‘옛날 떡볶이’를 표방한다.

궁중에서 나온 뒤 고추장 양념만으로 국민 음식이 된 떡볶이에는 ‘언제라도 우리가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는 맛’이 있기 때문이라고 라티놀 김재원 대표는 말한다.

라티놀의 떡볶이에는 매콤달콤으로 말할 수 있는 맛에 어디선가 먹어본 듯한 신기한 친숙함이 있다.

여기에 물리지 않는 매운 맛과 떡의 질리지 않는 식감이 있다. 요리 솜씨와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렸을 때 나올 수 있는 떡볶이 고유의 맛이 있다.

떡볶이 창업을 하며 이 ‘기본’과 ‘친숙함’을 찾는 데 9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양념 재료의 배합은 재료의 가짓수보다 절대적인 것이다.

꼭 필요한 재료의 성질과 맛이 모두 살아나면서 어우러져야 한다. 비율이 어그러지면 재료의 성질도 어그러지고 결국 맛의 중심도 미묘하게 틀어지고 와해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똑바로 잡힌 맛’을 내기 위해 재료의 배합과 조율에 천착했다.

라면 시장의 혁신이었던 틈새라면의 프랜차이즈 기획을 비롯, 요식업에서 ‘감’을 발휘하며 성공을 이끌었던 경험을 통해 사람 관계에서 각자의 역할과 조화만큼 요리에서도 재료의 역할과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재료의 조화, 메뉴의 조화

“분식은 각 메뉴가 독립적이면서도 다른 메뉴와 연계성이 높고 모두 맛있어야 가치가 있습니다. 라면이 맛있으면 으레 같이 먹는 김밥도 맛있어야 만족으로 이어집니다.

분식을 두고 ‘밥이 되냐’고 하지만 엄연한 ‘밥 한 끼’입니다. 그래서 라티놀처럼 오는 사람이 다시 찾는 ‘동네 분식’은 맛뿐 아니라 영양에서도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라티놀의 메뉴는 약 서른 여가지. 분식 창업인 만큼 라면, 튀김, 롤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있다. 이중 대표적인 메뉴가 뭐냐고 묻는다면 각자의 기호에 의해 갈릴 뿐 ‘다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분식 지론’

라티놀의 분식은 ‘한 끼 식사’를 표방한다. 실제로 라티놀을 즐겨 찾는 대부분은 동네 주민으로 학생이거나 원룸에 사는 싱글족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간식이 아니라 ‘외식’인 것이다. 단발성의 눈요기와 요란한 조미료의 향연으로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포만감을 줄 수 없다.

▲라티놀 매장 전경

모든 메뉴가 맛있어야 한다는 말에는 외식을 통해 식사를 하는 동네 손님에 대한 이해와 책임이 내포되어 있다.

맛은 물론 비주얼에서도 손님에게 가장 많은 칭찬과 피드백을 받는 참치 김밥과 매운제육김밥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프리미엄 김밥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외식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물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원하기 마련이다. 이 점 때문에 김 대표는 메뉴 선정과 개발에 늘 고심한다. 메뉴 선택의 폭과 함께 맛의 깊이가 있을 때 동네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분식 프랜차이즈로서 서울대 본점이 다른 지점과 달리 배달 서비스를 하는 것도 이 지역에 거주하는 손님의 식성과 생활 패턴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이다.

맛의 폭과 깊이. 모든 요식업에서 기본이자 원칙인 이것은 실제로 가장 고수하기 어려운 것.

2009년 분식 창업 이후 일산라페스타점, 가산점 등 전국 각지의 9개 지점과 함께 진정한 프리미엄 분식을 지향하며 성장 중인 라티놀은 최근에도 몇 가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이 중에는 속재료의 맛과 신선도 유지가 힘들어서 유행하는 메뉴임에도 과감히 버린 것도 있다.

김재원 대표만의 분식에 대한 진심과 집요함이 동네 사람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널리 전해지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