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기술로 평생 직업을

한국폴리텍대학 조한유 화성캠퍼스 학장(사진=윤순홍 기자)

더 이상 명문대는 없다. 교대를 나와 임용고시를 합격해도 대기하는 예비교사가 줄을 잇는 현실. 소위 일류대를 졸업해도 취업을 못해 속을 태우는 현실. 바로 2014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모두가 전면 경쟁에 돌입한 이 때 한국폴리텍대학은 하나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매 해 자체기록을 경신하며 취업률 1위의 자리를 놓치고 있지 않는 것. 아무도 모르는 폴리텍 만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한국폴리텍대학 화성캠퍼스(학장 조한유)는 1987년 경기직업훈련원이 그 모태다. 2006년 3월 현재의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 유래에서 알 수 있듯 간판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내실 있는 대학으로 표면처리, 칼라응용도장, 전기제어, 컴퓨터응용기계, 특수용접, 주얼리디자인, 자동차 등 7개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총 학생 수는 사백 명 정도이며 이중 주얼리디자인과에 재학중인 학생은 서른세 명이다. 재학생 이외에도 경력단절 여성이나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3개월, 5개월 짜리 과정도 제공되고 있다. 이런 단기 과정은 2015년 더 확대될 예정이다.

폴리텍 대학은 한 부모 가정 출신,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30% 우선 선발한다. 1년제 과정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학비가 국비로 전액 무료 지원되며 기숙사에 살면 20만원, 통학하면 5만원을 지급한다. 2년 과정은 학위를 수여하는 과정으로 학비는 1학기에 140만 원선이다. 주얼리디자인과의 이호철 교수는 실무위주 교육을 폴리텍의 강점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다른 대학을 합격한 아들에게 폴리텍을 추천했다. 현재 그의 아들은 한국농업전공사 기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국에 총 세 개 대학에 존재하는 주얼리디자인과. 다른 대학의 취업률이 30%에 머무는 데 반해 폴리텍은 80%를 넘어간다. 발로 뛰는 이 교수 때문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주얼리디자인과 이호철 교수 (사진=김지윤 기자)

“주얼리는 업체가 영세한 편이므로 산학연이 잘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유대관계를 잘 쌓아야하죠.”
그는 학생들에게 적극성을 강조한다. “예전에는 시키는 것만 하는 직원을 선호했지만 그건 스스로에게 손해에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죠.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들은 월급 받으면서 고생하고, 잔업은 잔업대로 하면서도 영세업체라 야근 수당도 받지 못해요. 무조건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또 예전에는 도제식으로 세공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디지털화되어 컴퓨터로 디자인을 해요. 캐드를 모르면 힘들죠.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합니다.”

실제로 주얼리는 경기를 많이 타는 분야다. 최근 금 시세가 올라 위축된 경향이 있어 요즘은 액세서리에 주력하고 있다. 운석으로 만드는 제품도 있을 정도로 트렌드에 민감하다.“이탈리아와 일본이 강한데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이미 두 국가에 많이 진출한 단계입니다. 기능적으로는 뒤지지 않지만 장비가 아직 후진적이죠. 독일 이탈리아 제품이 많아요.”

대학갈 여력이 안 되어 기술을 배웠던 이 교수. 그는 무엇보다도 언행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신뢰가 모든 관계의 근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교육 이념 덕에 폴리텍 대학은 최근 심각한 청년실업률 속에서도 융합형 교육훈련시스템, 현장 실무중심 강의, 기업체 맞춤훈련 등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어 대한민국 대표 직업교육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평생 기술로 평생 직업을”, “기술의 가치와 땀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으로 취업이 강한 대학으로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된 CL시스템(Crossover Learning system) 즉 융합기술인력양성 과정은 2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고학력 청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해 기준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 소유자가 전체 입학인원의 38.1% 차지한다. 이처럼 뒤늦게나마 기술의 중요성에 눈 떠 폴리텍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또 국내대학 최초로 산업현장과 강의실을 연동시킨 현장 실무중심 교육인 FL(Factory Learning)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FL시스템은 일방적인 교육시스템의 틀을 벗어나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고, 기업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현장요소기술을 대학에 요구함으로써 학생들의 높은 학습 성취도와 현장실무 능력을 높여주게 된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에 대한 별도의 수습기간을 갖지 않아도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

취업률 제고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조한유 학장은 이제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술교육에만 치중하면 정서가 메마릅니다. 취약계층 등 학생 구성이 다양하고 30-40대도 많죠. 이들에게 매주 이메일로 인문학 강좌를 보냅니다. 처음에는 관심을 갖고 열심히 보다가 자격시험도 봐야하고 실습도 해야 해서 부담돼서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계속 보낼 생각이에요.”

폴리텍은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 특수대학으로 학내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고 예산의 제약도 큰 편이다. 이런 현실도 충분한 교육환경이 필요하다는 조 학장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기증을 받아 책 800권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안에 6000권 정도 확충하고 싶어요. 기술은 회사에 가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퇴계 도산서원에 선비수련원에 가서 ‘선비 정신’을 좀 배우고, 사람답게 산다는 게 뭔가 생각해보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 학장은 생계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을 확충할 예정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불가피하게 퇴교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사십대 학생들로 이루어진 불혹회 등 다양한 학생들과 대화를 합니다. 지역대학이기 때문에 지역과 호흡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죠.”

그는 학생들에게 세 가지를 강조한다.

1. 목표의식을 가지고 늘 도전하라.
2. 열정을 갖고 노력하라.
3. 인내하며 포기하지 말라.

특히 중도포기하지 말라는 문장에 힘을 준다. 경제 불황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어깨가 축 처진 청년들에게 조 학장의 격려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