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노인 복지

한나는 성경 속의 인물로, 기도로 사무엘을 낳았다. 2003년부터 한나의 집을 이끌며 가정 같이 어르신을 돌보는 박춘애 원장은 바로 그 기도의 어머니, 한나를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말기암환자들, 어르신들과 살다 보니 제 몸이 다 망가졌어요. 제 몸을 던지면서 어르신들을 위해 살았습니다. 그걸 보고 간호사인 며느리가 왔고 아들이 돕게 되었어요. 많은 어르신들이 소천하시는 모습을 봤죠. 저를 희생하지 않고는 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시간, 몸, 마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일을 합니다.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못하죠. 보람을 더 많이 느낍니다.”

▲한나의 집 선생님

최근에 장기요양제도가 정비되면서 요양원 산업도 큰 변화를 겪었다. 많은 업체가 난립하면서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랜 시간 묵묵히 복지의 길을 걸어온 한나의 집 또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기도 한다.

 

“처음 설립 당시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사업을 할 수는 없어요. 때로 오래되어 기억 속에 지워졌던 보호자가 뜻하지 않게 소개를 해서 새로운 어르신이 입소할 때 놀라움을 느끼면서도 감사합니다. 또 최후에 대비하여 옷이며 모든 걸 싸들고 들어왔던 어르신이 사년 동안 계시면서 도보 이동이 가능해지고 좋아지셔서 나가셨을 때도 참 기뻤지요. 이런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흐뭇함을 느낍니다.”

대를 이어 복지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러워하거나 존경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백호 사무국장은 육체적인 부분보다 심적인 부분이 힘들다고 말한다.

 

“기계적인 서비스,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사람들, 그런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힘이 들 때가 많습니다. 사명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백 사무국장은 시설의 규모라거나 외양만을 보는 세태가 안타깝다.

 

“직접 둘러보고 종사자의 성향을 봤으면 좋겠어요. 어르신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럴싸한 프로그램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것보다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늘 마음이 열려있어야 해요. 한나의 집은 이 점이 강점입니다.”

 

이런 그를 볼 때 한나의 집의 노인들은 자신의 자식들보다 더 애정을 쏟는다. 매일 얼굴 볼 때마다 볼에 뽀뽀를 하시면서 아프지 말라고 백 사무국장에게 당부한다.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백 사무국장.

 

“요양원에 처음 오면 버려졌다고 생각하며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에 절망하시거든요. 이곳은 봉사자 어린이들과 결연가족을 맺어요. 식사를 하고 편지를 보내고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죠. 이런 식으로 노인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위로하여 문제 행동을 최소화합니다.”

 

이 때문에 한나의 집은 치매환자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대처에 자신이 있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설에서는 요양보호사를 폭행하거나 밤에 돌아다니는 노인들에게 퇴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나의 집은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강구했다. 그래서 다른 요양원에 비해 남자 노인과 치매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 자본주의 사회이니만큼 요양원도 양면성이 있다. 해당 종사자들에게는 직장이므로 수익을 도외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복지를 도모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죠. 그 선을 조율한다는 게 어렵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한나의 집에서 모셨던 모든 노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백 사무국장.

 

“처음에 하늘로 보내드릴 때는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죠. 임종하시면 깨끗이 닦아 염까지 해드립니다. 처음에는 거부감도 들고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 과정, 기간 동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소명이니까요.”